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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율립

[월간율립 2020년 6월호] '전국민고용보험' 실현을 위하여



월간 율립 _ 6월(2020)

'전국민고용보험' 실현을 위하여

 

변호사 신의철

 

 

* 필자는 2019. 3.부터 3개월간 민중당으로부터 의뢰받은 국회 비교섭단체 연구용역에 연구자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하여 2019. 6. 고용보험법 개정안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제출하였고, 2020. 4.부터 5.까지 위 연구보고서를 수정·보완하는 작업에도 참여하였다. 이 글은 위 연구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이를 축약·정리하고, 필자 개인의 생각을 일부 보충하여 강의안 형태로 재구성한 것이다.

 

 

1. 들어가며

달라진 세상, 새로운 제도의 필요성

 

지난 총선에서 전국민고용보험이 화제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안전망 확충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더 나은 사회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문제인식 또한, 기존의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하는 수준에서 ‘새로운 사회의 틀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본소득과 전국민고용보험을 둘러싼 논쟁들이 그 대표적 사례다.

 

사회보험으로서의 고용보험 및 보험료 분담방식

 

고용보험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보험’이라는 점이다.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제2호는 사회보험을 ‘국민에게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 방식으로 대처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라고 정의하고 있고, 고용보험법 제1조는 “이 법은 고용보험의 시행을 통하여 실업의 예방, 고용의 촉진 및 근로자의 직업능력의 개발과 향상을 꾀하고, 국가의 직업지도와 직업소개 기능을 강화하며, 근로자가 실업한 경우에 생활에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구직 활동을 촉진함으로써 경제ㆍ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고용보험은 실업 등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사회보험이라는 점에서, 민간보험과 구분된다.

 

고용보험 보험료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함께 부담하는데, 사업주는 근로자의 급여(정확히는 근로소득 중 비과세 근로소득을 제외한 금액)의 실업급여 보험료율 0.8%에 사업장 규모에 따라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 보험료율 0.25~0.85%을 더한 만큼의 사업주 부담 보험료를, 근로자도 실업급여 보험료율 0.8% 만큼의 금액을 근로자 부담 보험료로 내야 한다. 가령 2020년 현재 최저임금을 받는 1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사업주는 월 18,850원, 근로자는 월 14,362원씩을 각각 고용보험료로 낸다.

 

 

2. 전국민고용보험의 내용

전국민고용보험에서 ‘전국민’의 의미

 

한편, 전국민고용보험이라는 제도가 의외로 국민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진 데는, ‘건강보험처럼 누구나!’라는 간명한 설명이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고용보험은 수입을 목적으로 일정시간 이상을 일하는 사람, 즉 ‘취업자’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전국민’의 범위 또한 건강보험과 다를 수밖에 없다. 2018년 8월 기준 전체 취업자는 모두 2,691만 명인데, 이들이 바로 전국민고용보험에서 말하는 ‘전국민’에 해당한다.

 

하나. 사각지대 해소 – 당연가입대상 확대

 

건강보험 가입률이 97%를 웃도는 반면, 취업자 대비 고용보험 적용률은 그 절반인 48.2%에 불과하다. 2018년 8월 기준으로 취업자 절반이 넘는 1,392만명(51.7%)가 여전히 고용보험의 제도적·실질적 사각지대에 있다. 가장 큰 제도적 사각지대는 요건 충족시 임의가입이 가능한 자영업자(가입률 0.5%) 및 특수고용노동자(가입률 3.4%)와 아예 가입 자체가 불가능한 무급가족종사자이다. 실질적 사각지대의 대다수는 초단시간 노동자(가입률 2.3%), 일일 노동자(가입률 5.7%), 영세업체 임금노동자(가입률 40.1%) 등 취약계층이다.

결국 전체 실업자 가운데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60% 가량인데, 이러한 수치는 과연 고용보험이 실업 등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사회보험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사각지대를 해소하여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실업과 소득감소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전국민 고용보험의 도입이 절실한 이유다.

 

① 특수고용노동자      

가장 문제되는 사각지대는 166만 명에서 230만 명까지로 추계되는 특수고용노동자다. 특수고용노동자도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아 생활하며, 사업주의 조직에 편입되어 규칙에 따라 일하는 점에서 고용된 근로자와 다르지 않음에도, 고용계약이 없어 근로계약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용도 위험도 사회보험도 모두 자기가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산업재해보상보험에서는 법 시행령에 규정된 9개 업종(보험설계사, 건설기계운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회원모집인, 대리운전기사)에 한해서는 근로자로 보고 당연가입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현행 고용보험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 전부를 자영업자로 분류하고 있어 임의가입만 가능한 상태다. 특수고용노동자들도 기본적으로 근로자로 보고 고용보험 당연가입대상으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산업재상보상보험법의 경우처럼 근로자로 간주하는 직종을 한정할 경우에는 사업자가 새로운 유형의 특수고용을 만들어 낼 우려가 있으므로, 특수고용노동자 전부가 원칙적으로 고용보험 당연가입 대상이 되도록 열어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자영업자와 마찬가지로 계절별 편차가 있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불가피하게 피보험기간을 1년으로 하고, 자영업자에 대해 소득 감소로 인한 자발적 폐업을 실업으로 인정하고 있는 현행법 조항을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② 예술인      

2020. 5. 20. 개정된 고용보험법은 예술인복지법상 예술 활동 증명을 받은 예술인으로서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당연가입대상에 포함시켰다. 다만, 개정법은 예술인을 근로자와 자영업자와 구분되는 별도 유형으로 분류하고 예술인 증명을 통해 가입하도록 특칙을 두었는데, 전국민고용보험제에서는 모든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당연가입대상으로 하므로, 예술인도 근로자 또는 자영업자로서 당연가입되고, 가입 관련해 별도의 자격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③ 중소영세자영업자      

2016년 기준 자영업자 규모는 557만 명으로, 그리스, 터키, 멕시코 등 농민이 자영업자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OECD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2017년 기준으로 자영업자 중 1인 기업이 79.4%에 달할 정도로 영세하고, 자영업자 1인당 소득은 임금 근로자의 6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현행 고용보험법은 1인 자영업자나 50인 미만 노동자를 고용한 자영업자도 부동산임대업이나 적용 제외 사업이 아니면 ‘임의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2018년 가입률이 고용노동부 추정상 0.5%에 불과한 실정이다. 2019년 12월 기준 1인 자영업자는 405만 명에 달했는데 이 중 고용보험에 가입한 자영업자는 15,549명으로 0.38%에 불과했다. 자영업자들도 고용보험법상 당연가입대상으로 바꾸어야 하며, 보험료는 자영업자들의 소득에 따라 부과하면 된다. OECD도 이미 우리나라에 대해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권고한 바 있다.

 

④ 무급가족종사자      

2016년 기준 무급가족종사자는 112만 명에 달하는데, 2009년 6월 근로복지공단 지원으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무급가족종사자 가운데 배우자가 68.7%, 배우자의 일일평균노동시간은 7.8시간에 달했다. 이들은 자기 이름으로 보수를 받는 것이 아니어서 현행법으로는 고용보험에 가입할 방법 자체가 없다. 이들 역시 사회안전망이 절실한 취업자임은 마찬가지이며, 특히 대부분 기혼여성인 이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하여 출산전후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면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들이 실제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당장 이들의 고용보험 가입은 임의가입으로 시작하며, 민법 제830조의 부부 재산의 공유추정 규정의 취지에 따라 부부 소득액의 절반씩 각각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신고에 따라 30-70% 사이에서 소득배분비율을 변경할 수 있게 한다. 무급가족종사자에 대해서도 OECD는 우리나라에 대해 “무급가족종사자에 대한 명확한 법적 지위 확보를 통해 고용보험 수혜 범위를 확대해 시행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⑤ 초단시간노동자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 초단시간노동자는 93.2만 명인데, 현행 고용보험법은 초단시간노동자의 재직기간이 3개월에 미달하면 고용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 가장 취약한 계층의 노동자들이 보호받기 위해서는 이 적용제외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⑥ 65세 이상 취업자      

2019년 11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 786.6만 명 중 35%인 275.5만 명이 일하고 있고, 그 비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노인 경제활동 참가율이 나날이 높아지는 상황을 반영해, 실업급여 적용제외 연령을 현행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올려 사각지대를 줄일 필요가 있다. 다만 농림어업 종사자들의 경우는 고령자 비율이 월등히 높은 점을 고려하여, 위 연령 기준을 75세로 한다.

 

⑦ 농림어업종사자      

현행 고용보험법은 농림어업 중 법인이 아닌 자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은 자영업자 가운데 농림어업 중 법인 아닌 사업자가 상시 4명 이하를 고용하는 경우를 임의가입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영세 사업주가 고용한 농림어업노동자나 영세한 농립어업사업자야말로 실업과 소득감소의 위험이 누구보다 큰 취약계층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농림어업 영세업체 노동자를 당연가입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은 삭제하고 농림어업 영세사업자도 자영업자와 같이 당연가입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둘. 발상의 전환 – ‘안 주는’ 방향에서 ‘주는’ 방향으로

 

우리나라의 고용보험은 1980년대 초 정부 내에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하여 1995년부터 시행된 것으로, 설계된 지 이미 30년이 지나 시대변화에 맞게 종합적으로 재설계될 필요성이 있다. 가령 설계 당시에 존재하였던 평생 직장의 개념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투잡과 이직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더군다나 이러한 변화상은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라 더욱 광범위하게 가속화되고 있다.

 

효능감을 높이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투잡과 이직이 일상화된 현실에 맞게, 고용보험의 보장성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보다 쉽게 말하자면, ‘안 주는’ 방향이 아니라 ‘주는’ 방향으로의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급여수급요건부터 완화하고 다양한 종류의 새로운 급여를 신설하여 수급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① 부분실업급여       

부업을 가진 사람의 숫자는 2019년 월평균 47.3만명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고, 증가율 또한 전년 대비 9.3%로 2010년 이후 최고였다. 투잡희망자는 무려 75만 명에 달하며,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투잡을 하는 동기의 상당수가 한 직장만 다녀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서이므로, 여러 직장에 다니더라도 모두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하여 그 중 한 곳의 실업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도 보호해야 한다. 한 직장에서 실직하여 남은 소득이 최저임금의 80%에 미치지 못하면 부분실업으로 보고, 최저임금의 80% 수준까지는 부분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한다.

 

② 소득지원급여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천재지변이나 전염병이 발생한 경우, 대규모 기업의 도산이나 구조조정 등으로 지역의 고용안정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여 해당 지역이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우 등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유로 소득이 최저임금의 80% 미만으로 급격하게 감소한 때에는, 생활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의 80% 상당액까지 소득지원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현재의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등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소득지원급여 신설이 절실하다.

 

③ 재충전급여       

근로자가 보험료를 꼬박 냈더라도, 계속 직장에 다닌다면 고용보험료는 그저 나가는 돈이지 실제 수급받을 일은 거의 없어 이른바 효능감을 느낄 기회가 없다. 하지만 이직이 일상화된 지금 노동자에게도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2019년 9월 현재 정규직 임금근로자 평균 근속개월 94개월을 기준으로 하여, 7년간 고용보험료를 납입한 경우 현 직장에서 90일간 휴직하면서 기초일액(지난 3개월 동안 받은 임금의 평균으로, 상한이 하루 11만원으로 정해져 있음)의 90%를 고용보험으로부터 받을 수 있게 하고, 만약 그 노동자의 기초일액이 최저임금보다 낮으면 최저임금만큼 받을 수 있게 한다. 기존에도 안식년을 쓸 수 있었던 대기업 또는 고소득 노동자에게 재충전급여는 큰 진전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안식년은커녕 안식월조차 경험해 보지 못한 영세업체 노동자나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경우, 이것만으로도 이전에는 기대조차 할 수 없었던 시간과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사업주 역시 90일 동안 급여와 고용보험료 모두를 부담하지 않으므로 나쁠 것이 없다. 재충전급여는 일종의 ‘전국민 안식월’을 보장하는 제도로, 자신이 낸 보험료의 가치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④ 이직준비급여       

프랑스는 자발적 이직에 대해서도 5년에 한 번 실업급여 지급을 보장하는 반면, 우리는 아직도 자발적 이직에 대해서는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물론 실업급여 과잉수급 등 도덕적 해이는 막아야 겠으나, 일정기간에 한 번씩만 가능한 자발적 이직이라면 더 나은 일자리 준비를 위해 오히려 적극적으로 고용보험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9년 9월 현재 임금근로자 평균 근속개월 71개월을 기준으로 하여, 통산 보험료 납입기간 5년을 넘긴 근로자라면 자발적 이직에 대해서도 한 번은 이직준비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한다. 수급기간은 현행 고용보험법상 최소기간인 120일이고, 다음 이직준비급여를 받으려면 다시 5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농림어업인을 제외한 자영업자의 경우는 특성상 앞서 설명한 재충전급여를 사용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으므로, 대신 이직준비급여기간을 180일로 늘려 적용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일자리는 일자리 빠르게 바뀔 수밖에 없다. 이직준비급여 신설을 통해 너무 잦은 이직으로 인한 과잉 수급도 막으면서, 국민들이 인생 이모작, 삼모작을 준비할 수 있게 한다.

 

⑤ 청년이직준비급여        

저소득 청년일수록 이직이 잦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임금도 낮고 미래도 어두운 직장이라면 청년들은 이직 외에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별도의 준비기간을 가질 여유조차 없는 상태에서의 이직은 생활고, 저임금 일자리 취직, 재이직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뿐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기회만이라도 가질 수 있게 하려면, 청년층에게는 횟수 제한 없이 이직준비급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만 18세에서 만 34세까지 청년 중 구직급여 수급요건 동안 고용보험료를 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총 600일의 이직준비급여를 자신의 계획과 필요에 따라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고용보험을 통해 청년이라는 미래에 대해 투자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셋. 코로나19에 대한 실질적 대책으로 기능하기 위하여


① 징수기관을 국세청으로       

현재 우리나라 고용보험의 운영은 근로복지공단이 맡고 보험료 징수 업무는 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국제적 경향은 소득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국세청으로 징수기관이 이관되는 추세이다. 스웨덴, 영국, 네덜란드가 징수 업무를 국세청으로 이관했고, IMF도 사회보험료를 내국세와 통합해 징수하는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전국민고용보험의 핵심은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고용보험에 당연가입되어 보호받는 것이므로, 이를 위해서는 소득파악이 필수적이며, 모든 국민의 소득 자료를 파악해 온 국세청이 징수 업무를 맡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래야 2016년 현재 고용보험 당연가입 대상의 24%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실질적 사각지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② 가입 즉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야       

전국민고용보험 시행으로 새로이 고용보험 당연가입 대상이 되는 특수고용노동자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국가의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전국민고용보험이 코로나19 사태의 실질 대책으로 기능하려면, 이들이 가입 즉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법 시행 후 6개월동안 신규 가입하는 저소득 특수고용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농림어업인 등에 대하여는 가입 즉시 피보험 단위기간 요건이 충족된 것으로 간주하는 조치가 필요하며, 이와 같은 내용을 개정 고용보험법 부칙에 규정한다.

 

③ 건강보험 수준의 예산 투입이 필요  

실업급여 계정만 놓고 보면 2017년 고용보험료 수입은 연간 7조원을 조금 넘는데, 전국민고용보험을 시행하여 당연가입 대상을 모든 취업자(군인, 공무원 등 특수직역 제외)로 늘릴 경우 2017년 통합소득(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의 합계, 단 중복 제외) 기준으로 연간 4조원 가량의 추가 보험료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 따라서 고용보험기금 내에서 급여 확대 여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업급여 지급액이 급증하고 있는 점 및 급여요건 완화와 급여 신설로 인한 급여액 확대가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고용보험기금에 대한 국가예산투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미 건강보험기금과 장기요양보험기금의 경우 국가기금재정의 20% 수준의 예산을 투입하도록 법규정이 마련되어 있는데, 고용보험의 경우도 최소한 그에 준하는 규모의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④ 보험료방식에서 조세방식으로  

사회보험은 그 특성상 보호 필요성이 큰 사람일수록 재정적 여력이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보험료 방식이 아니라 조세 방식으로 복지제도를 변화시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최근 의료보험과 고용보험에 대한 근로자 부담금과 자영업자 부담금을 전액 감면하고, 재원을 근로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연금 등 모든 국민의 모든 소득에서 걷는 ‘일반사회보장기여금’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우리나라도 이런 근본적 제도 개혁을 고용보험에서부터 시도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국민의 소득에 폭넓게 과세하여 고용보험 재원으로 삼고 모든 일하는 사람들에게 형평성을 개선한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3. 결론 - 바로 지금, 전국민 고용보험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상상하지 못한 사태를 겪고 있는 지금, 우리 국민들이 그나마 감염의 위험에서 어느 정도 보호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전국민건강보험’이라는 사회보험 덕분이다. 만약 건강보험 수준의 ‘전국민고용보험’이 있었다면, 우리 국민들이 감염 뿐 아니라 실업과 소득감소라는 경제적 위험 앞에서도 더 보호받으며 미래를 도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오히려 바로 지금이야말로 전국민고용보험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고용보험이라는 사회안정망 안에서 일정 수준의 생존만큼은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취약계층이 고용보험에 의지해 안정된 일자리를 찾고 재도약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바로 지금 전국민고용보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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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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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율립 2020년 5월호]  5년 만에 확인된 살수행위의 위헌성, 그 씁쓸함에 대하여
  • 관리자

    [월간율립 2020년 5월호] 5년 만에 확인된 살수행위의 ..

    월간 율립 _ 5월(2020)5년 만에 확인된 살수행위의 위헌성, 그 씁쓸함에 대하여 변호사 오민애  2015년 4월과 5월, 광화문광장과 종로 일대는 경찰 차벽과 살수차, 최루액으로 희뿌옇던 기억으로 가득하다.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more

  • [월간율립 2020년 4월호]  ‘기생충’의 대박과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
  • 관리자

    [월간율립 2020년 4월호] ‘기생충’의 대박과 ‘인간..

    월간 율립 _ 4월(2020)‘기생충’의 대박과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  변호사 하주희 # ‘기생충’의 대박과 현실 ‘기생충’이 대박을 쳤다. 영화를 본 후 적어도 이틀은 가는 그 찝찝한 여운이 세계사람들의 공감을 샀나 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more

  • [월간율립 발간사] `율립` 사람들의 `머리에서 발까지의 여행기`
  • 관리자

    [월간율립 발간사] `율립` 사람들의 `머리에서 발까지..

      월간 율립 _ 발간사(2020)변호사 하주희변호사는 ‘생각보다’ 우아한 직업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건에 깊게 접근함으로써 ‘틀을 깨는’ 일도 할 수 있었고, ‘정의’에 가깝게 서 있을 수도 있었다. 우리가 다루는 한 해에 100건이 넘는 사건들은 다 나..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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